[천자 칼럼] 일본 빈집 1000만 채

입력 2022-09-04 17:44   수정 2022-09-05 00:35

일본은 2차 세계대전 후 극심한 주택난을 겪었다. 전후 복구와 함께 내 집 마련이 급선무였다. 1950년 일본주택공단을 설립한 정부는 1966년부터 ‘주택건설 5개년 계획’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이 덕분에 1973년 주택보급률이 100%에 달했다. 이후에도 새집을 연간 100만 채 이상 지어 지난해 총 주택이 6500만 채에 육박했다.

신규 주택 공급은 대도시에 집중됐다. 농촌 지역에는 빈집이 속출하고 있다. 오랫동안 물량 위주의 공급에 치중해 주택 질이 낮아진 데다 지역별 수요 격차와 저출산·고령화, 일자리 편중까지 맞물린 결과다. 전체 주택 6500만 채 중 4100여만 채가 지진에 견디는 힘이나 에너지 절약 기준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게다가 새집 수요는 계속 도시에 편중되고 있다.

일본의 빈집은 지난해 900만 채를 돌파했다. 노무라종합연구소에 따르면 내년에 1000만 채를 넘을 전망이다. 빈집이 많은 지역은 슬럼화하기 쉽다. 붕괴 위험과 범죄 가능성, 위생 문제가 얽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세제 혜택 등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도 지방에 거주하는 대기업 근로자에게 원격근무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안간힘을 쏟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2010년 79만 채였던 빈집이 2020년 152만 채를 넘어섰다. 대도시 아파트와 단독주택까지 섞여 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매입임대 가구 중에도 지난해 빈집이 5000채를 넘었다. 임대주택의 빈집이 늘어나는 이유는 좁은 면적과 품질에 대한 불만, 수요 예측 실패 등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에서 매년 생기는 빈집만 2019년 1558채에서 2020년 2654채, 지난해 3963채로 늘어났다. 누적 9만7000여 채에 이른다. 지방 상황은 훨씬 심각하다. 그런데도 228개 기초지자체(시·군·구) 중 24%인 54개 지역에는 관련 조례조차 없는 게 현실이다. 늘어난 빈집은 주택보급률 통계에 착시를 일으키는 등 다른 부작용을 낳는다.

이젠 중장기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 정부는 ‘주택 정비·관리 계획’과 세제 지원 등의 정책을 마련하고, 민간 기업들은 빈집 활용 비즈니스 등에 나서야 한다. 옛 동독 지역의 드레스덴이 통일 후 20%나 늘어난 ‘빈집 위기’를 산·학·연 협력으로 극복한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어떤 상황이든 빈집은 쉽게 늙고 상한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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